저작권 관련법이 드뎌 1월 16일부터 시행된다고 하네요
자세한 내용들은 다들 잘 알고 계실거라 생각되고
많은 블로거님들이 올렸으니 더이상은 말씀 안드리겠습니다.
이런 지랄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개인이 영리 목적을 취하는 것도 아닌것에 대한 조치를
그렇게 까지 강하게 하겠다는 건 누구 머리에서 나온건지
그리고 그런 저돌적인 행동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질건지
가히 기대가 되는 정초입니다.
젠장할......
민중가요로 도배를 해 버릴까나......
그런데 민중가요도 저작권법에 저촉이 되려나 모르겠네요
2005년 1월 8일 토요일
2005년 1월 2일 일요일
2005년 신춘문예 시부분 당선작......
올해도 어김없이 1월 1일자 신문들에는
각 신문사에서 발표한 신춘문예 당선작들이 실려 있었다.
대부분의 하루하루 무미건조한 시간으로 살아가는 나에게도
이날만큼은 신문의 활자들을 허기에 찬 짐승마냥 허겁지겁
삼키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2005년 전남일보 신춘문예
겨울강 / 정철웅
겨울은 벌써 강으로 내려와 깊어졌다
저녁이 창백한 달 한 장
자작나무 숲에 걸어놓고 내려오면
나는 서둘러 강가로 나간다
영하의 기온이 시퍼런 칼날을 세워
통째로 귓바퀴를 오려내고
정신의 노둔함 속으로 저를 밀어 넣는다
내 안에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것들이
소스라치며 칼날을 피하고
나는 잠시 묵은 현기증을 꺼내어
서서히 달빛이 맑게 걸리는 나무에 기대어 둔다
강 건너 이제 막 눈을 뜬 불빛들이
저녁강의 어스름을 밟고 와
눈을 맞추며 따스함을 건네 온다
저곳에 사람들이 살고 있다
발걸음이 고단한 곳마다 등불을 밝히면
이 지독한 혹한 속에서도 살아가는 일은 아름다운 것
낮은 불빛 아래 이마를 맞댈 생각이
빨랫줄처럼 그대의 창으로 날아가 매이고
나는 눈물뿐인 그리움을 꺼내 하얗게 널어둔다
저 혹한의 중심을 딛고 나는 건너가리니
고단한 삶의 누추를 단단히 얼리어 벽을 세우고
혹한의 맑음을 재단하여 창을 달아내면
그대의 이마에 징표처럼 돋아나는 분홍빛이여
내 삶의 남루들이 제각기 옷깃을 세우고 걸어가는
밤 깊은 겨울강의 단단한 얼음장 위,
한 무리 푸른 별빛이 쏟아지고 있다.
2005년 불교신문 신춘문예
중심 / 심수향
11월에도 꽃이 필 수 있다는 듯이
배추가 제 삶의 한창때를 건너고 있다
꽃을 피우고 싶어하는 푸른 이마에
금줄같은 머리띠 하나 묶어주려고
이참 저참 때를 보고 있는데
누군가 배추는 중심이 설 무렵
묶어주어야 한다고 귀뜸을 한다
배추도 중심이 서야 배추가 되나보다
속잎이 노랗게 안으로 모이고
햇살 넓은 잎들도 중심을 향해 서기 시작한다
바람이 짙어지는 강물보다 더 서늘해졌다
띠를 묶어주기에는 적기인 것 같아
결 재운 볏짚을 들고 밭에 올랐더니
힘 넘치는 이파리가 툭 툭 내 종아리를 친다
널따란 잎을 그러모아 지그시 안고
배추의 이마에 짚 띠를 조심스레 둘렀더니
종 모양 부도처럼 금새 단아해졌다
부드러운 짚 몇 가닥의 힘이 참 놀랍다
이제 배추는 노란 제 속을 꽉꽉 채우며
꽃과 또 다른 길을 걸어갈 것이다
추수 끝난 들녘에 종대로 서 있는 배추들
늦가을의 중심으로 탄탄하게 들어서고 있다
2005년 평화신문 신춘문예
곰팡이 / 이병일
가마솥에 콩을 넣고 장작불을 지핀다
익은 콩을 절구통에 찧는다
메주는 서늘한 그늘에서 말린다
1
바람 좋은 날에는 가장자리부터 가벼워진다
미세한 햇살조각이 굴절되어 박혀드는 순간에
창을 열듯이 제 가슴을 활짝 열어 벽이 갈리고 있다
거친 난간 위에 포자들은 습한 계곡의 길을 건너고 있을까
밝음과 어둠 속, 빛을 굽는 보름달 아래
숱하게 구멍들이 뚫렸다
담쟁이 넝쿨처럼 곰팡이가 내 몸을 뒤집어썼다
멈출 수 없는 발,
푸른 숨소리 내는 바람 따라 계곡 사이
곰팡이 벌레가 긴 잠을 자고 있었다
2
햇살이 통통거리며 뛰어다니는 속 뜰 가운데
항아리를 묻는다 첫눈을 맑게 틔운 물에
메주, 참숯, 잣, 대추, 고추를 재운다
그 위에 하얀 천을 금실로 싸매고 뚜껑을 덮는다
밤새 애태우다가 헹궈내며 숙성되기 시작한
구수하게 트여오는 숨소리가 밤하늘로 터져버린다
잠에서 깬 새들이 푸른빛을 물어 나르는 아침,
옹글게 견딘 내 몸은 깊은 바닥으로 흩어지는 것일까
어둠에도 눈이 부시는 간기가 흐른다
바가지 닿는 소리가 날 때,
나는 기나긴 여정 속 밥상에 올라와 앉아있을 것이다
2005년 한라일보 신춘문예
항아리 / 최재영
처음 나는 겸손한 흙이었다
진흙 층층이 쌓인 어둠을 밀어내고
누군가와 끈끈하게 얽혀진 숨결
불룩한 옆구리를 뽐내며
어느 집의 연륜을 저장하는,
도대체 우화를 꿈꾸지 않았건만
나는 햇살을 움켜쥐고
내 안의 목록을 삭여내는 중이다
아주 오랫동안
해마다 비밀스런 내력을 보태며
맛과 맛, 그 아귀를 맞추는 시간들은
서로 맥박을 주고받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럴때마다
번쩍이는 세월의 빗금하나 그어지고
그리운 것에 대한 열망으로
짜고 싱거움에 길들여진 것들
손꼽아 여닫히던 햇살들
점점 순도 높은 깊은 맛을 우러낸다
내게 저장된 세월을
프리스틱 통에 담아가는 사람들,
그리움을 꾹꾹 눌러 담으며
겸손한 덕담 하나씩 건네준다.
2005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꽃 이름, 팔레스타인 / 경종호
올해도, 고향엔 칡꽃이 흐드러졌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계집 아이 몇이 고무줄놀이를 하고 놉니다. 고무줄이 튕튕 울릴 때마다. 호박이며, 박이며, 수세미 꽃이 핍니다. 어느 새 검정 고무줄에도 꽃이 피어, 달맞이꽃으로 피어, 계집 아이 몇은 노래를 부르며 툭툭 튀어 오릅니다. 미사일 날리듯
양지바른 골목길 벽돌 속에 아비와 오래비를 묻고 옵니다. 뚝뚝 떨어지는 눈물은 예루살렘으로 흐르는 계곡마다 넘쳐나는데 칡넝쿨 얽힌 이국의 틈으로 어김없이 달은 떠오릅니다. 어김없이 총알은 밀알처럼 떨어집니다.
폭격기가 지나간 바위 밑 두 눈만 깜박이다, 꿈벅거리다, 풀이 되고 나무가 되어 버린 못생긴 계집 아이는 어느 새 어미가 되고 전사가 되어 아이를 안고 모래 틈을 가로 지르며 달려가고 있습니다. 그러자 그 여자의 군화에도 꽃이 피었습니다.
바위를 덮고, 돌산 넘쳐나는 꽃이 피었습니다. 동방 외간 사내가 보내는 꽃, 생리를 하고, 배란이 지나 생산을 하는 동안에도 그 꽃이 신화(神話)보다 더 질긴 꽃이었음을, 옆구리에 낀 아이가 그 꽃을 닮았다는 것을 몰랐어도 그녀는 좋았습니다.
2005년 부신일보 신춘문예
가작
항해 / 손병걸
비린내 그윽한 다대포 바닷가
꼼장어 구이집 방문 앞에
각양각색의 신발들이 뒤엉켜 있다.
다른 구두에 밟힌 채 일그러진 놈
에라 모르겠다 벌러덩 드러누운 놈
물끄러미 정문만 바라보는 놈
날씬한 뾰족구두에 치근대는 놈
신발 코끝 시선들이 그야말로 아수라장이다.
어느새 젓가락 장단 끝이 나고
사람들 한 무더기 자리를 털고 일어서자
다대포 앞바다 썰물 빠지는 소리가
꼼장어 구이집 창 너머로 아득하다.
연방 뭐라고 중얼거리는 꼼장어 안주 삼아
슬며시 쓴 소주 몇 잔 들이켜고는
담배 한 개비 입에 문 채 가만히 생각해 보니
잠시 정박했던 배들이
저 푸른 바다로 떠난 것이었다.
그 순간, 꼼장어 구이집 안으로
환한 웃음 실은 만선(滿船)들이 쏟아져 들어온다.
200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나무도마 / 신기섭
고깃덩어리의 피를 빨아먹으면 和色이 돌았다
너의 낯짝 싱싱한 야채의 숨결도 스미던 몸
그때마다 칼날에 탁탁 피와 숨결은 절단 났다
식육점 앞, 아무것도 걸친 것 없이 버려진 맨몸
넓적다리 뼈다귀처럼 개들에게 물어뜯기는
아직도 상처받을 수 있는 쓸모 있는 몸, 그러나
몸 깊은 곳 상처의 냄새마저 이제 너를 떠난다
그것은 너의 세월, 혹은 영혼, 기억들; 토막 난
죽은 몸들에게 짓눌려 피거품을 물던 너는
안 죽을 만큼의 상처가 고통스러웠다
간혹 매운 몸들이 으깨어지고 비릿한 심장의
파닥거림이 너의 몸으로 전해져도 눈물 흘릴
구멍 하나 없었다 상처 많은 너의 몸
딱딱하게 막혔다 꼭 무엇에 굶주린 듯
너의 몸 가장 자리가 자꾸 움푹 패여 갔다
그래서 예리한 칼날이 무력해진 것이다
쉽게 토막 나고 다져지던 고깃덩이들이
한번에 절단되지 않았던 것이다
너의 몸 그 움푹 패인 상처 때문에
칼날도 날이 부러지는 상처를 맛봤다
분노한 칼날은 칼끝으로 너의 그곳을 찍었겠지만
그곳은 상처들이 서로 엮이고 잇닿아
견고한 하나의 무늬를 이룩한 곳
세월의 때가 묻은 손바닥같이 상처에 태연한 곳
혹은 어떤 상처도 받지 않는 무덤 속 같은
너의 몸, 어느덧 냄새가 다 빠져나갔나 보다
개들은 밤의 골목으로 기어 들어가고
꼬리 내리듯 식육점 셔터가 내려지고 있었다
2005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즐거운 제사 / 박지웅
향이 반쯤 꺾이면 즐거운 제사가 시작된다.
기리던 마음 모처럼 북쪽을 향해 서고
열린 시간 위에 우리들 一家는 선다
음력 구월 모일, 어느 땅 밑을 드나들던 바람
조금 열어둔 문으로 아버지 들어서신다
산 것과 죽은 것이 뒤섞이면 이리 고운 향이 날까
그 향에 술잔을 돌리며 나는 또
맑은 것만큼 시린 것이 있겠는가 생각한다
어머니, 메 곁에 저분 매만지다 밀린 듯 일어나
탕을 갈아 오신다 촛불이 휜다 툭, 툭 튀기 시작한다
나는 아이들을 불러모은다 삼색나물처럼 붙어 다니는
아이들 말석에 세운다. 유리창에 코 박고 들어가자
있다가자 들리는 선친의 순한 이웃들
한쪽 무릎 세우고 편히 앉아 계시나 멀리 山도 편하다
향이 반쯤 꺾이면 우리들 즐거운 제사가 시작된다
엎드려 눈감으면 몸에 꼭 맞는 이 낮고 포근한,
곁
200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실종된 지 일년 만에 그는 발견되었다 죽음을 떠난
흰 뼈들은 형태를 고스란히 유지하고 무슨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독극물이 들어 있던 빈 병에
는 바람이 울었다 싸이렌을 울리며 달려온 경찰차
가 사내의 유골을 에워싸고 마지막 울음과 비틀어
진 웃음을 분리하지 않고 수거했다 비닐봉투 속에
들어간 증거들은 무뇌아처럼 웃었다 접근금지를 알
리는 노란 테이프 안에는 그의 단단한 뼈들이 힘센
자석처럼 오물거리는 벌레들을 잔뜩 붙여놓고 굳게
침묵하고 있었다
200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소백산엔 사과나무가 많다 / 김승해
소백산엔
사과나무 한 그루마다 절한 채 들었다
푸른 사과 한 알, 들어올리는 일도
절한 채 세우는 일이다
막 들어 올린 산, 금세 품이 헐렁하다
나무는 한 알 사과마다
편종 하나 달려는 것인데
종마다 귀 밝은 소리 하나 달려는 것인데
가지 끝 편종 하나 또옥 따는 순간
가지 끝 작은 편종 소리는
종루에 쏟아지는 자잘한 햇살
실핏줄 팽팽한 뿌리로 모아
풍경소리를 내고
운판 소리를 내고
급기야 안양루, 대종 소리를 내고 만다
어쩌자고 소백산엔 사과가 저리 많아
귀열어 산문(山門)소식 엿듣게 하는가
앞선 욕심으로 다 담지 못할 만큼의 활자를 먹다 보면 어느새
느껴지는건 포만감이 아닌 너에대한 그리움......
詩여, 너에게 묻는다. 우리의 사랑은 아직 유효한가?
각 신문사에서 발표한 신춘문예 당선작들이 실려 있었다.
대부분의 하루하루 무미건조한 시간으로 살아가는 나에게도
이날만큼은 신문의 활자들을 허기에 찬 짐승마냥 허겁지겁
삼키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2005년 전남일보 신춘문예
겨울강 / 정철웅
겨울은 벌써 강으로 내려와 깊어졌다
저녁이 창백한 달 한 장
자작나무 숲에 걸어놓고 내려오면
나는 서둘러 강가로 나간다
영하의 기온이 시퍼런 칼날을 세워
통째로 귓바퀴를 오려내고
정신의 노둔함 속으로 저를 밀어 넣는다
내 안에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것들이
소스라치며 칼날을 피하고
나는 잠시 묵은 현기증을 꺼내어
서서히 달빛이 맑게 걸리는 나무에 기대어 둔다
강 건너 이제 막 눈을 뜬 불빛들이
저녁강의 어스름을 밟고 와
눈을 맞추며 따스함을 건네 온다
저곳에 사람들이 살고 있다
발걸음이 고단한 곳마다 등불을 밝히면
이 지독한 혹한 속에서도 살아가는 일은 아름다운 것
낮은 불빛 아래 이마를 맞댈 생각이
빨랫줄처럼 그대의 창으로 날아가 매이고
나는 눈물뿐인 그리움을 꺼내 하얗게 널어둔다
저 혹한의 중심을 딛고 나는 건너가리니
고단한 삶의 누추를 단단히 얼리어 벽을 세우고
혹한의 맑음을 재단하여 창을 달아내면
그대의 이마에 징표처럼 돋아나는 분홍빛이여
내 삶의 남루들이 제각기 옷깃을 세우고 걸어가는
밤 깊은 겨울강의 단단한 얼음장 위,
한 무리 푸른 별빛이 쏟아지고 있다.
더 많은 당선작 보기
2005년 불교신문 신춘문예
중심 / 심수향
11월에도 꽃이 필 수 있다는 듯이
배추가 제 삶의 한창때를 건너고 있다
꽃을 피우고 싶어하는 푸른 이마에
금줄같은 머리띠 하나 묶어주려고
이참 저참 때를 보고 있는데
누군가 배추는 중심이 설 무렵
묶어주어야 한다고 귀뜸을 한다
배추도 중심이 서야 배추가 되나보다
속잎이 노랗게 안으로 모이고
햇살 넓은 잎들도 중심을 향해 서기 시작한다
바람이 짙어지는 강물보다 더 서늘해졌다
띠를 묶어주기에는 적기인 것 같아
결 재운 볏짚을 들고 밭에 올랐더니
힘 넘치는 이파리가 툭 툭 내 종아리를 친다
널따란 잎을 그러모아 지그시 안고
배추의 이마에 짚 띠를 조심스레 둘렀더니
종 모양 부도처럼 금새 단아해졌다
부드러운 짚 몇 가닥의 힘이 참 놀랍다
이제 배추는 노란 제 속을 꽉꽉 채우며
꽃과 또 다른 길을 걸어갈 것이다
추수 끝난 들녘에 종대로 서 있는 배추들
늦가을의 중심으로 탄탄하게 들어서고 있다
2005년 평화신문 신춘문예
곰팡이 / 이병일
가마솥에 콩을 넣고 장작불을 지핀다
익은 콩을 절구통에 찧는다
메주는 서늘한 그늘에서 말린다
1
바람 좋은 날에는 가장자리부터 가벼워진다
미세한 햇살조각이 굴절되어 박혀드는 순간에
창을 열듯이 제 가슴을 활짝 열어 벽이 갈리고 있다
거친 난간 위에 포자들은 습한 계곡의 길을 건너고 있을까
밝음과 어둠 속, 빛을 굽는 보름달 아래
숱하게 구멍들이 뚫렸다
담쟁이 넝쿨처럼 곰팡이가 내 몸을 뒤집어썼다
멈출 수 없는 발,
푸른 숨소리 내는 바람 따라 계곡 사이
곰팡이 벌레가 긴 잠을 자고 있었다
2
햇살이 통통거리며 뛰어다니는 속 뜰 가운데
항아리를 묻는다 첫눈을 맑게 틔운 물에
메주, 참숯, 잣, 대추, 고추를 재운다
그 위에 하얀 천을 금실로 싸매고 뚜껑을 덮는다
밤새 애태우다가 헹궈내며 숙성되기 시작한
구수하게 트여오는 숨소리가 밤하늘로 터져버린다
잠에서 깬 새들이 푸른빛을 물어 나르는 아침,
옹글게 견딘 내 몸은 깊은 바닥으로 흩어지는 것일까
어둠에도 눈이 부시는 간기가 흐른다
바가지 닿는 소리가 날 때,
나는 기나긴 여정 속 밥상에 올라와 앉아있을 것이다
2005년 한라일보 신춘문예
항아리 / 최재영
처음 나는 겸손한 흙이었다
진흙 층층이 쌓인 어둠을 밀어내고
누군가와 끈끈하게 얽혀진 숨결
불룩한 옆구리를 뽐내며
어느 집의 연륜을 저장하는,
도대체 우화를 꿈꾸지 않았건만
나는 햇살을 움켜쥐고
내 안의 목록을 삭여내는 중이다
아주 오랫동안
해마다 비밀스런 내력을 보태며
맛과 맛, 그 아귀를 맞추는 시간들은
서로 맥박을 주고받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럴때마다
번쩍이는 세월의 빗금하나 그어지고
그리운 것에 대한 열망으로
짜고 싱거움에 길들여진 것들
손꼽아 여닫히던 햇살들
점점 순도 높은 깊은 맛을 우러낸다
내게 저장된 세월을
프리스틱 통에 담아가는 사람들,
그리움을 꾹꾹 눌러 담으며
겸손한 덕담 하나씩 건네준다.
2005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꽃 이름, 팔레스타인 / 경종호
올해도, 고향엔 칡꽃이 흐드러졌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계집 아이 몇이 고무줄놀이를 하고 놉니다. 고무줄이 튕튕 울릴 때마다. 호박이며, 박이며, 수세미 꽃이 핍니다. 어느 새 검정 고무줄에도 꽃이 피어, 달맞이꽃으로 피어, 계집 아이 몇은 노래를 부르며 툭툭 튀어 오릅니다. 미사일 날리듯
양지바른 골목길 벽돌 속에 아비와 오래비를 묻고 옵니다. 뚝뚝 떨어지는 눈물은 예루살렘으로 흐르는 계곡마다 넘쳐나는데 칡넝쿨 얽힌 이국의 틈으로 어김없이 달은 떠오릅니다. 어김없이 총알은 밀알처럼 떨어집니다.
폭격기가 지나간 바위 밑 두 눈만 깜박이다, 꿈벅거리다, 풀이 되고 나무가 되어 버린 못생긴 계집 아이는 어느 새 어미가 되고 전사가 되어 아이를 안고 모래 틈을 가로 지르며 달려가고 있습니다. 그러자 그 여자의 군화에도 꽃이 피었습니다.
바위를 덮고, 돌산 넘쳐나는 꽃이 피었습니다. 동방 외간 사내가 보내는 꽃, 생리를 하고, 배란이 지나 생산을 하는 동안에도 그 꽃이 신화(神話)보다 더 질긴 꽃이었음을, 옆구리에 낀 아이가 그 꽃을 닮았다는 것을 몰랐어도 그녀는 좋았습니다.
2005년 부신일보 신춘문예
가작
항해 / 손병걸
비린내 그윽한 다대포 바닷가
꼼장어 구이집 방문 앞에
각양각색의 신발들이 뒤엉켜 있다.
다른 구두에 밟힌 채 일그러진 놈
에라 모르겠다 벌러덩 드러누운 놈
물끄러미 정문만 바라보는 놈
날씬한 뾰족구두에 치근대는 놈
신발 코끝 시선들이 그야말로 아수라장이다.
어느새 젓가락 장단 끝이 나고
사람들 한 무더기 자리를 털고 일어서자
다대포 앞바다 썰물 빠지는 소리가
꼼장어 구이집 창 너머로 아득하다.
연방 뭐라고 중얼거리는 꼼장어 안주 삼아
슬며시 쓴 소주 몇 잔 들이켜고는
담배 한 개비 입에 문 채 가만히 생각해 보니
잠시 정박했던 배들이
저 푸른 바다로 떠난 것이었다.
그 순간, 꼼장어 구이집 안으로
환한 웃음 실은 만선(滿船)들이 쏟아져 들어온다.
200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나무도마 / 신기섭
고깃덩어리의 피를 빨아먹으면 和色이 돌았다
너의 낯짝 싱싱한 야채의 숨결도 스미던 몸
그때마다 칼날에 탁탁 피와 숨결은 절단 났다
식육점 앞, 아무것도 걸친 것 없이 버려진 맨몸
넓적다리 뼈다귀처럼 개들에게 물어뜯기는
아직도 상처받을 수 있는 쓸모 있는 몸, 그러나
몸 깊은 곳 상처의 냄새마저 이제 너를 떠난다
그것은 너의 세월, 혹은 영혼, 기억들; 토막 난
죽은 몸들에게 짓눌려 피거품을 물던 너는
안 죽을 만큼의 상처가 고통스러웠다
간혹 매운 몸들이 으깨어지고 비릿한 심장의
파닥거림이 너의 몸으로 전해져도 눈물 흘릴
구멍 하나 없었다 상처 많은 너의 몸
딱딱하게 막혔다 꼭 무엇에 굶주린 듯
너의 몸 가장 자리가 자꾸 움푹 패여 갔다
그래서 예리한 칼날이 무력해진 것이다
쉽게 토막 나고 다져지던 고깃덩이들이
한번에 절단되지 않았던 것이다
너의 몸 그 움푹 패인 상처 때문에
칼날도 날이 부러지는 상처를 맛봤다
분노한 칼날은 칼끝으로 너의 그곳을 찍었겠지만
그곳은 상처들이 서로 엮이고 잇닿아
견고한 하나의 무늬를 이룩한 곳
세월의 때가 묻은 손바닥같이 상처에 태연한 곳
혹은 어떤 상처도 받지 않는 무덤 속 같은
너의 몸, 어느덧 냄새가 다 빠져나갔나 보다
개들은 밤의 골목으로 기어 들어가고
꼬리 내리듯 식육점 셔터가 내려지고 있었다
2005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즐거운 제사 / 박지웅
향이 반쯤 꺾이면 즐거운 제사가 시작된다.
기리던 마음 모처럼 북쪽을 향해 서고
열린 시간 위에 우리들 一家는 선다
음력 구월 모일, 어느 땅 밑을 드나들던 바람
조금 열어둔 문으로 아버지 들어서신다
산 것과 죽은 것이 뒤섞이면 이리 고운 향이 날까
그 향에 술잔을 돌리며 나는 또
맑은 것만큼 시린 것이 있겠는가 생각한다
어머니, 메 곁에 저분 매만지다 밀린 듯 일어나
탕을 갈아 오신다 촛불이 휜다 툭, 툭 튀기 시작한다
나는 아이들을 불러모은다 삼색나물처럼 붙어 다니는
아이들 말석에 세운다. 유리창에 코 박고 들어가자
있다가자 들리는 선친의 순한 이웃들
한쪽 무릎 세우고 편히 앉아 계시나 멀리 山도 편하다
향이 반쯤 꺾이면 우리들 즐거운 제사가 시작된다
엎드려 눈감으면 몸에 꼭 맞는 이 낮고 포근한,
곁
200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실종된 지 일년 만에 그는 발견되었다 죽음을 떠난
흰 뼈들은 형태를 고스란히 유지하고 무슨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독극물이 들어 있던 빈 병에
는 바람이 울었다 싸이렌을 울리며 달려온 경찰차
가 사내의 유골을 에워싸고 마지막 울음과 비틀어
진 웃음을 분리하지 않고 수거했다 비닐봉투 속에
들어간 증거들은 무뇌아처럼 웃었다 접근금지를 알
리는 노란 테이프 안에는 그의 단단한 뼈들이 힘센
자석처럼 오물거리는 벌레들을 잔뜩 붙여놓고 굳게
침묵하고 있었다
200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소백산엔 사과나무가 많다 / 김승해
소백산엔
사과나무 한 그루마다 절한 채 들었다
푸른 사과 한 알, 들어올리는 일도
절한 채 세우는 일이다
막 들어 올린 산, 금세 품이 헐렁하다
나무는 한 알 사과마다
편종 하나 달려는 것인데
종마다 귀 밝은 소리 하나 달려는 것인데
가지 끝 편종 하나 또옥 따는 순간
가지 끝 작은 편종 소리는
종루에 쏟아지는 자잘한 햇살
실핏줄 팽팽한 뿌리로 모아
풍경소리를 내고
운판 소리를 내고
급기야 안양루, 대종 소리를 내고 만다
어쩌자고 소백산엔 사과가 저리 많아
귀열어 산문(山門)소식 엿듣게 하는가
앞선 욕심으로 다 담지 못할 만큼의 활자를 먹다 보면 어느새
느껴지는건 포만감이 아닌 너에대한 그리움......
詩여, 너에게 묻는다. 우리의 사랑은 아직 유효한가?
2005년 1월 1일 토요일
2005년 새해 첫 해를 보다!!
2005년을 즐겁게 맞이하기 위해서 우리는 약 한달전부터 산행을 준비하였다.
그결과 8명의 정예부대가 조직되어 북한산을 목표로 산행을 준비 하였다.
12월 31일 마트에 들러 필요한 물품들을 구입하였다.
소주와 라면 그리고 커피를 필수로 준비하고 여벌의 목장갑 그리고 버너늘 구입후 1월 1일이 밝아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드디어 세벽 4시 수유리에서 북한산으로 대 여정을 그렇게 출발하였다
처음 택시에서 내렸을때 택시기사 아저씨가 한말씀 "어디갈라구? 산에 갈라구? 미쳤구만" 쩝 ㅠ.ㅠ
암튼 이 미친짓을 감행하기 위해 우리는 비발디 파크 주차장이 아닌 그보다 훨씬아래에서 부터 출발하였고 그결과 주차장에 올라 왔을때는 이미 녹초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
본격적인 산행은 거기서 부터라는데...
야간산행 경험이 있는 사람은 단 한사람
그래도 나름대로 선두를 유지했다.
5시 30분쯤 우리는 정상 코 앞에서 준비해온 라면과 소주를마시기 시작했다.
역시 산에서 먹는 라면은 최고다.
이 맛 못잊어 산행하는 사람이 적잖은 것이라 생각한다. ㅋㅋ
다시 6시 30분쯤 다시 전투력이 상승한 우리는 힘을 내어 정상정복에
의지를 모아 출발하게 되었고
정상을 코앞에 두고 인파에 휩쓸려 진퇴양란의 상황에 빠지고 말았다.
사람 정말 많았다.
심지어 해돋이를 촬영하기 위해 그 높은 곳까지 카메라를 들고온 방송기자들도 끝끝내 정상을 밟아 보지도 못하고 돌아서야 하는 불상사를 겪어야만 했다.
정상정복을 이대로 포기 할 것인가 아니면 진행할것인가를 고민하다
결국 우리가 선택한 것은 정상 바로 아래 있는 성벽에 올라
2005년의 첫해를 보기로 했다. 처음 성벽에 올랐을때 어스름히 비치는 빛은 그것만으로 시간을 멈추게 하기에 충부한 효과를 안겨 주었다.
성벽에서 나름대로 영역표시(?)를 위해 자리를 잡고 베터리 없느 카메라를 부여잡고 제발 한컷만이라도 찍자는 우리의 바램은 결국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하지만 문명의 이기는 디카뿐이 아니었다. 부족하지만 우리에게는
바로 카메라 폰이 있었다.
랜턴을 조명삼아 어떻게든 정상에서 바라보는 해를 찍기 위해 발버둥을 처 보기로 했다.
하지만 영하 8도를 웃도는 추위에 베터리도 결국 그 수명을 얼마 남겨 놓지 못하였고 한컷이라도 어떻게든 살려 보려는 우리의 노력은 그 결실을 맺고야 말았다.
2004년 생각해 보면 정말 잘 풀리지 않았던 한해였던거 같았다.
하지만 구름한점 없이 보이는 일출을 보면서 올해는 나에게도
구름한점 없는 맑고 청정한 하루하루를 맞이 할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안고 내려오는 발걸음은 그 어느때 보다 가벼웠다
2005년 을유년 모든 사람들이 행복해 질 수 있는 그런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결과 8명의 정예부대가 조직되어 북한산을 목표로 산행을 준비 하였다.
12월 31일 마트에 들러 필요한 물품들을 구입하였다.
소주와 라면 그리고 커피를 필수로 준비하고 여벌의 목장갑 그리고 버너늘 구입후 1월 1일이 밝아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드디어 세벽 4시 수유리에서 북한산으로 대 여정을 그렇게 출발하였다
처음 택시에서 내렸을때 택시기사 아저씨가 한말씀 "어디갈라구? 산에 갈라구? 미쳤구만" 쩝 ㅠ.ㅠ
암튼 이 미친짓을 감행하기 위해 우리는 비발디 파크 주차장이 아닌 그보다 훨씬아래에서 부터 출발하였고 그결과 주차장에 올라 왔을때는 이미 녹초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
본격적인 산행은 거기서 부터라는데...
야간산행 경험이 있는 사람은 단 한사람
그래도 나름대로 선두를 유지했다.
5시 30분쯤 우리는 정상 코 앞에서 준비해온 라면과 소주를마시기 시작했다.
역시 산에서 먹는 라면은 최고다.
이 맛 못잊어 산행하는 사람이 적잖은 것이라 생각한다. ㅋㅋ
다시 6시 30분쯤 다시 전투력이 상승한 우리는 힘을 내어 정상정복에
의지를 모아 출발하게 되었고
정상을 코앞에 두고 인파에 휩쓸려 진퇴양란의 상황에 빠지고 말았다.
사람 정말 많았다.
심지어 해돋이를 촬영하기 위해 그 높은 곳까지 카메라를 들고온 방송기자들도 끝끝내 정상을 밟아 보지도 못하고 돌아서야 하는 불상사를 겪어야만 했다.
정상정복을 이대로 포기 할 것인가 아니면 진행할것인가를 고민하다
결국 우리가 선택한 것은 정상 바로 아래 있는 성벽에 올라
2005년의 첫해를 보기로 했다. 처음 성벽에 올랐을때 어스름히 비치는 빛은 그것만으로 시간을 멈추게 하기에 충부한 효과를 안겨 주었다.
성벽에서 나름대로 영역표시(?)를 위해 자리를 잡고 베터리 없느 카메라를 부여잡고 제발 한컷만이라도 찍자는 우리의 바램은 결국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하지만 문명의 이기는 디카뿐이 아니었다. 부족하지만 우리에게는
바로 카메라 폰이 있었다.
랜턴을 조명삼아 어떻게든 정상에서 바라보는 해를 찍기 위해 발버둥을 처 보기로 했다.
하지만 영하 8도를 웃도는 추위에 베터리도 결국 그 수명을 얼마 남겨 놓지 못하였고 한컷이라도 어떻게든 살려 보려는 우리의 노력은 그 결실을 맺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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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생각해 보면 정말 잘 풀리지 않았던 한해였던거 같았다.
하지만 구름한점 없이 보이는 일출을 보면서 올해는 나에게도
구름한점 없는 맑고 청정한 하루하루를 맞이 할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안고 내려오는 발걸음은 그 어느때 보다 가벼웠다
2005년 을유년 모든 사람들이 행복해 질 수 있는 그런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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