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들이 카피라이터를 하는 것일까? 글 잘 쓰는 사람? 끼 많은 사람? 엉뚱한 사람? 광고를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어떻게 저런 말을 생각했지?’ 하고 감탄하게 만드는 그런 카피를 직업으로 쓰려 고 하면 과연 어떤 조건이 필요할 것일까?
카피라이터를 꿈꾸는 사람은 물론, 광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생각해 봤음직한 이 의문에 대해 국내외의 많은 선배 광고인들이 나름대로의 답을 내 놓았다. 핵심적인 사항만 든 경우도 있고, 다양한 조건들을 나열한 경우도 있다. 물론 그 조건들을 모두 충족시킨다는 것은 가장 이상적인 경우이기 때문에 미리 위축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당장 나부터도 새삼 그 조건들을 체크해 보면서 지금의 내 모습이 얼마나 부족한지, 그리고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준비와 노력이 필요한지를 절감해야 했지만 말이다.
이만재 선생님은 <카피라이터 입문>이라는 책에서 카피라이터가 갖추어야 할 조건을 아래와 같이 들고 있다.
1. 첫째로 필요한 것은 '상상력'이다.
2. 카피라이터는 시인의 감성을 지녀야 한다.
3. 카피라이터는 아무리 작은 것에라도 감동하거나 놀라움을 발견해 내는 섬세함(delicacy)이 요구된다.
4. 관념의 예술적인 형상화 능력이 특출해야 한다.
5. 문화적인 언어감각의 훈련 또는 그 자질이 뛰어나야 한다.
6. 카피라이터는 해설가이다.
7. 카피는 '아이디어'이다.
8. 카피는 '비지니스의 수단'이다.
9. 성공적인 카피를 위해서는 교육, 경험 그리고 개인의 성격(퍼스낼리티) 등이 중요한 요소가 된다.
10. 매사 적극적인 생활태도와 긍정적인 인생관을 갖고 있어야 한다.
11. 마케팅 감각, 경영학적 이론에 관한 논리적 무장은 필수적이다.
12. 문학적인 언어감각의 훈련, 또는 그 자질이 특출하여야 한다.
<카피교실>이라는 책을 쓴 우에조 노리오는 다음 15가지 사항을 카피라이터의 조건으로 들고 있다.
1. 카피라이터는 폭넓은 교양을 지니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
2. 카피라이터는 세상의 움직임에 민감하지 않으면 안 된다.
3. 카피라이터는 광고이론을 지니고 있지 않으면 안된다.
4. 카피라이터는 광고계의 동향을 파악하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
5. 카피라이터는 광고전략의 플래너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
6. 카피라이터는 아이디어 발상이 풍부하지 않으면 안 된다.
7. 카피라이터는 날카로운 감각을 지니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
8. 카피라이터는 카피를 쓸 수 있어야 한다.
9. 카피라이터는 아트를 보는 눈이 있어야 한다.
10. 카피라이터는 비지니스 감각이 있어야 한다.
11. 카피라이터는 인간관계에 능해야 한다.
12. 카피라이터는 화술에 능해야 한다.
13. 카피라이터는 인내력이 있어야 한다.
14. 카피라이터는 인간성이 풍부해야 한다.
15. 카피라이터는 건강하지 않으면 안 된다.
<카피캡슐>이라는 책을 쓴 전설적인 카피라이터 헬 스테빈스는 이렇게 주문한다.
“진정으로 뛰어나기 위해서는 위쪽은 로맨티스트이며, 아래쪽은 리얼리스트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 사실 카피라이터는 휴머니스트, 리얼리스트, 매출 지상주의자, 이 모든 것을 한 몸에 지니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 물론 너무나 어려운 주문이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네드 도일, 맥스웰 데인과 함께 DDB를 창립한 카피라이터 빌 번박은 이렇게 말했다.
“커뮤니케이터가 지녀야 할 능력의 핵심은 인간성에 대한 통찰력이다. 작가에게는 자기가 무엇을 쓰느냐가 중요하지만, 커뮤니케이터에게는 자기의 메시지로부터 독자가 무엇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이냐가 더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커뮤니케이터는 사람들이 어떻게 읽고, 어떻게 듣는가를 항상 연구해야 한다.”
자신의 이름으로 세계적인 광고대행사를 만든 카피라이터 레오 버넷은 이렇게 말했다.
“카피라이터 중에는 여러 가지 경험을 가진 여러 가지 형의 사람이 있는데 그 중에서 카피라이터의 가장 중요한 자질이라 생각되는 것은 표현에 대해 날카로운 직감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기지(旣知)의 사실을 바꾸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할 것을 들고 싶다.”
<광고인이 되는 법>이라는 책을 쓴 카피라이터 제임스 웹 영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가 지금까지 알고 있는 참된 창조적 광고인은 모두가 두 가지 현저한 특징을 지니고 있다. 그 하나는 예를 들면, 이집트 장의양식에서 현대미술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문제란 이 태양아래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생의 모든 면이 그들에게는 매력적인 것이다.
둘째, 그들은 모든 방면의 어떤 지식도 탐닉하는 인간이다. 광고인은 이런 점에서 소와 같다. 먹지 않으면 젖이 나오지 않는다.”
창의력, 상상력, 통찰력, 호기심, 남다른 감각, 건강, 화술, 심지어는 인간성까지... 흔히 글로 먹고 산다고 생각하는 카피라이터이지만, 글실력 말고도 갖춰야 할 자질들은 많기도 하다. 이 모든 것을 갖춘 카피라이터가 있다면, 광고인이 아니라 성인(聖人)처럼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카피라이터를 꿈꾸는 사람일지라도 이런 조건들을 마음 속에 담아는 두되, 처음부터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기를 바란다. 엄청난 성공을 거둔 대가일지라도 모든 것을 다 갖추고 시작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많은 조건들에 감히 내가 한 가지를 더 한다면, 그것은 재미이다.
광고가, 카피 쓰는 일이 재미있고 하고 싶은 일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위에서 살펴 본 많은 조건들은 억지로 갖춰야 할 무거운 짐이 될 것이다. 반대로 광고를 만드는 재미, 카피를 쓰는 재미, 카피라이터로 일하는 재미만 있다면 필요한 다른 자질들은 스스로의 노력에 따라 습득하게 되고, 또 저절로 갖추어질 것이다. 당장 카피 한 줄을 잘 쓰느냐 못 쓰느냐가 아니라, 지금 하고자 하는 일에 재미를 느끼냐 못 느끼냐의 차이가 카피라이터로서의 성공에 더 중요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미 인용으로 가득한 이 글의 마무리를 위해 빌 번박과 헬 스테빈스에게 다시 수고를 청했다. (^.^)
“진정한 거장들은 언제나 시인들이었다. 그들은 사실들로부터 상상과 아이디어의 세계로 뛰어올라간 사람들이다” - 빌 번박
“열심히 생각하고, 깔끔하게 쓰고, 입을 다물어라.” - 헬 스테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