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2월 29일 목요일

네루다의 우편 배달부 (El Cartero De Neruda)

역사학자 하워드 진의 '달리는 기차위에 중립은 없다'라는 책에서 칠레의 시인 파블로 네루다가 아주 잠깐 언급되었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사회에 대한 기여가 너무 간접적이고 불확실한, 글을 쓰거나 가르치고 법을 업으로 삼고 설교하는 많은 사람들 가운데 한 명이었던 나는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이들 - 목수, 간호사, 농민, 통학버스 운전사, 어머니 - 에 관해 생각했다. 자기 손으로 무엇이든 쓸모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빗자루 하나라도 만들고 싶다는 평생의 바람에 관한 시를 쓴 칠레의 시인 파블로 네루다를 나는 떠올렸다.
via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 하워드 진

나의 삶과는 일말의 연관성도 찾을 수 없는 양심적인 학자의 책이었지만, 아무튼 나는 하워드 진의 책을 읽었고 파블로 네루다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서점에서 기웃 거리다가 친숙한 제목이 눈에 밟혀 집어든 얇은 분량의 소설책이 바로 '네루다의 우편 배달부'다.

분량도 짧았고 가독성이 있는 소설이었던 탓에, 이야기의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는 다소 허무감 섞인 아쉬움을 느껴야만 했다. 책의 서문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열광적으로 시작해서 침울한 나락으로 떨어지며 끝을 맺은' 것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비록 결말은 침울하기 짝이 없었지만, 소리와 풍경을 활자 속에 담아낸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하고 생각할 정도로 아름답고 유머 있는 문장으로 가득한 생기 넘치는 소설이었다. 문장을 훑으면서 귀가 즐거웠다고 말하면 오버일까나.

백수 마리오의 삶은 네루다라는 시인의 우체부가 되면서, 그를 만나 '메타포'라는 것을 배우면서 바뀐다. 새롭게 펼쳐지는 세상에, 사랑에 눈을 뜨는 '재탄생'을 하게 되는 것이다. '1969년 마리오 히메네스는 하찮은 이유 하나와 행운 하나 때문에 직업을 바꾸게 되었'는데, 결국 그 하찮음이 마리오를 거듭나게 하였다. 사소한 만남, 인연에 대해 생각한다.

역시 인생은 의지와 우연의 그다지 적절하지 못한 조합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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