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0월 15일 금요일

[펌글]싸이코 드라마 ㅡ 아일랜드

출처: http://www.cozyfeel.pe.kr/v3/?no=348

아일랜드에 대한 네번째 혹은 여섯번째 글.


억울하다.
모든것이 억울하다.
이 사람들, 너무나 멋지다.
그런데 그게, 이상하게 억울하다.

왜일까.

일반적인 드라마는 그것을 이루는 9할이 대화이다.
그러나 아일랜드는 그것을 이루는 5할이 독백 혹은 방백이다.
덧붙여, 아일랜드의 키 포인트는 언제나, 독백 혹은 방백 (또는 그런 미장센)에 있다.
이것이 여느 드라마와 아일랜드가 다를 수 있는 하나의 (구조적인)이유가 된다.
그러면, 난, 여기서 왜 억울한가.

아일랜드는 감정의 드라마이다.
여기서 사실 스토리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고도로 설정된 상황들 속에서, 그 속에 던져진 인물들이, 어떻게 반응하고 어떻게 호흡하는지, 그래서 이야기를 어떻게 끌어 나아가는지가 중요하다. 스토리가 감정을 불러 일으키는것이 아니란 말이다. 감정이 스토리를 진행시킨다.

이러한 감정의 중심은, 현실세계에서든 드라마속에서든, 독백이다.
생각해 보라. 우리가 우리 스스로의 정말 진솔한 감정을 느끼고 표출하는 순간은 나 자신과 마주하고 이야기하는 순간 아닌가.
그래서, 감정의 드라마인 아일랜드에서는 독백이 중심이 될 수 밖에 없다. 그 속에 담긴 감정의 에너지들이 드라마를 지탱하고 이끌어 간다. 또한 이것이 우리가 아일랜드의 등장인물들을 참 진솔하다고 느끼는 이유중에 하나가 된다.

그런데, 현실의 세계를 사는 나는, 여기서 억울해 진다.
독백들을 내뱉는, 마음속의 진정 진솔한 감정들을 표출해 내는 그 순간, 국은 멋있어지고 재복은 저거 괜찮은 놈이네 하는 고개 끄덕임을 이끌어 낸다.
이것은, 우리가 TV화면이라는, 드라마라는 매체를 통해 그 인물들의 독백을 보아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 순간의 진솔한 감정과 생각들을 함께 느껴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의 나 혹은 우리는, 독백을 할때 아무도 보아주지 않는다. 아무도 진정한 나의 모습을 보지 않는다. 아니, 볼 수가 없다. 누군가 그 순간 끼어든다면, 그건 이미 독백이 아니다. 그런데 드라마에선 그것이 가능하다.
그래서 억울하다.
나도 당신도 그 누구도, 국이처럼 혼잣말로 멋진 대사들 날리며 살아간다. 그 대사가 멋진것은 그 속에 진실한 나의 감정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 순간을, 누군가가 드라마처럼 우리를 보아준다면, 나도 당신도 모두 참 멋진녀석들이 될것이다. 근사한 녀석들이 될것이다. 한마디로, 알려지지 않았을 뿐 우리 모두 참 멋진 사람들이란 말이다.

블로그를 돌아다니다 보면, 참 여러 사람들을 만난다. 멋진 사람들도 있으며, 가식적인 사람들도 있다. 어떤 사람이 멋지다고 느껴지는 순간은, 내가 그의 독백을 보고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지식을 유창하게 늘어놓는다고 해서 그것이 멋있지는 않다. 그저 평범하게 살아가는 일상속에서 오늘은 참 힘들었소, 내일은 좀 더 나아 질 것이오, 후후 난 이렇게 살아야겠어, 이런 진솔한 자기 독백을 만나는 순간, 아 참 멋진 사람이구나, 얼굴은 알지 못해도 느낄 수 가 있다.

다시 아일랜드 얘기로 돌아와서, 아일랜드는 점점 미쳐가고 있다. 회가 거듭할 수록 감정들은 폭발하고, 모두가 싸이코가 되어가고 있다. 그래서 이건 싸이코 드라마다. 내가 싸이코라서 이럴 수 밖에 없다던 인정옥 작가의 말, 그런 논리라면 아일랜드에 열광하는 우리 모두 싸이코란 이야기다. 좋다. 기꺼이 싸이코가 되어줄 용의가 있다. 자주 네멋대로해라와 비교가 되었지만, 이제 이건 네멋과는 아무 상관없는 드라마다. 감정극이면서 동시에 상황극. 싸이코 드라마. 대한민국 드라마중 최초의 시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시청률이 바닥을 기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대한민국 모든사람이 싸이코가 될 순 없기에 ^^)

하나 더. 아일랜드의 키포인트가 독백에 있듯이, 우리 인생의 키포인트 또한 독백속에 숨어있다. 아일랜드의 등장인물들이 참 멋지듯이, 우리도 누구나 다 멋진 사람들이다. 아일랜드도 우리도, 감정으로 스토리를 진행시켜 간다. 인생엔 미리 쓰여진 스토리는 없는 법이다. 그 스토리 속에서 감정을 유발한다는 건 더더욱, 우리 인생에선 말도 안되는 이야기다. 그런데도 아일랜드가 현실과 동떨어진 드라마라고? 감정밖엔 없는 드라마라고? 난 그 의견에 반대한다. 이만큼 현실에 닿아 있는 드라마는 네멋대로해라를 제외하고는 본적이 없다.

자. 아일랜드. 반을 달려왔다.
이제 남은건, 그 감정들이 결국 어디를 향해 나아갈 것이며, 상처받은 영혼들은 어떻게 치유될 것인가, 혹은 어떻게 그저 날개를 달고 하늘로 날아갈 것인가.. 이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인물이지만 정말 제대로 미쳐가고 있는 재복과 중아. 김민준씨와 이나영씨가 꽤 마음에 들어오고 있다. 그래도 정말 갈수록 마음에 들지 않는 인물이란것은 어쩔 수 없다. 이 또한 제대로 미쳐가고 있다는 것의 반증일 터.

역시, (개인적인 여러 이유들로 인해)보기 싫어도 그래서 본방송을 애써 외면해도, 결국엔 재방송까지 보고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글을 쓰고 있는 나. 그 감정들에 흠뻑 빠진것이 분명하다. 이것이 바로 아일랜드의 힘이다.

댓글 2개:

  1. 근데... 난 빠져들것 같아.. 일부러 안봐...

    너무 깊이 빠질 것 같아서 말이지... ㅡㅡ;

    그냥 슬쩍슬쩍 곁눈질로 본달까...

    먼가에 빠진 다는 것이 점점 더 두려워지는 건 나이가 들어감일까

    아직도 문득 스쳐도 눈물 나는 기억들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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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빠져 든다가 보다 그냥 시선을 땔수가 없는 거지. 강렬한 포스가 느껴 진다니깐

    한부분 한부분 놓치고 싶지 않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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